서울 곳곳에는 우리 근현대사의 흔적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건축물들이 많습니다. 이 장소에는 우리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역사의 아픔이 있을 수도 있고, 기억해야 할 역사의 순간도 지니고 있습니다. 이 건축물들은 서울 중심을 기점으로 멀지 않은 거리에 있어 쉽게 발길을 닿을 수 있지만 우리는 이 건축물들의 존재조차 망각하고 사는 건 아닌지에 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이러한 장소에 쉽게 발길이 닿지 않았고 심지어 그곳이 무엇을 했던 곳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리의 무지와 무관심을 탓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작은 관심조차 가질 수 있게 하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느냐는 생각으로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작업에 쓰인 색감은 우리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사에 크게 기여한 우리나라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에서 가져온 색감입니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는 인상주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우리는 인상주의 화가들을 떠올리면 당연히 모네와 르누아르 같은 외국의 대표적인 화가들이 생각날 것입니다. 그렇지만 19세기 인상주의 화가 중에 우리나라 화가 한 명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근현대사는 가장 가까운 역사이자 현재를 반영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현재의 존재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과 존재에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는데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잠시나마 잊히고 있는 근현대사의 흔적과 존재를 기억하기 위해 이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